기억속에 가득히 남아있는 동물들이 있다. 지금은 만날 수. 없는, 한때는 생명이었던 것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의 연약함에, 나의 무력함에, 나의 무지함에, 그리고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매일 잠을 설친다.
그렇게 고통에 몸부림치다 나는, 어른이 되었다.
한 강아지가 커다란 문 앞에 앉아있다. 등을 보이지만 얼굴을 돌려 뒤를 돌아본다.
그의 그림자에는 문밖 세상에 대한 기대감과 어딘가에 두고 왔을 미련이 공존한다.
작품 속에서 강아지는 오롯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문으로 들어갈지, 아니면 마저 몸을 틀어 문에게 등을 돌릴지의 결정은 그의 몫이다.
어떤 선택이든 강아지의 선택을 존중하며 나는 그를 영원히 기억하기로 약속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상징하는 초록색 문을 주제로 작품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더 다양한 종의 동물들과 그들의 죽음을 그리고자 한다. 가장 찬란했던 시절과 가장 고통스러웠을 시절을 기억하려 한다.
작품 속 동물들은 프레임 밖 관객에게 각자의 사연을 읊조린다. 작품 속에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프레임 밖에서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
문 너머의 세계, 자유의 섬으로 가기 위한 길목을 서성이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순수한 영혼들. 그 생각의 끝엔 늘 초록색 문이 있다.
이들의 생각을 자세히 들어보라.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나는 오늘도 초록색 문을 그리며, 문 근처를 서성일 어느 영혼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