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집에 가면 저를 반기는 할머니와 그 뒤에 자리한 자개농은 거대한 내 편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제든 나를 지지해 줄 할머니와 나의 가족처럼, 자개농은 그런 따뜻한 기운으로 늘 제 곁에 있었습니다.
어린 저에게 자개농의 반짝이는 그림들은 행복한 상상을 마음껏 펼치게 해주었습니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만난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견디게 해준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에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살며 생겼던 추억과, 어린 할머니와 어른스러운 아이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할머니도 처음부터 할머니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른이라고 다 어른이 아니듯 할머니는 여전히 소녀였고 아기였습니다.
아기로 태어나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았고, 그 아이가 자라 아기를 낳는 것을 보았습니다.
할머니에게 같은 계절이 수십 번 지나갈 동안, 늙어가기에 몸은 약해지고 치매 때문에 마음은 어려졌습니다.
가끔 말다툼을 하다 보면 나나 할머니나 똑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나와 나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치매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싸우고 싶었습니다.
여성의 일대기를 작품에 담으면서 연민과 사랑, 분노를 느낄 수 있게 작업하려고 합니다.
힘들고 슬픈 이야기를 이제는 웃으면서 하고 싶습니다.
내 작품들을 보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들을 자신의 인생과 겹쳐 서, 이렇게 저렇게 비춰보면서 할머니들과 함께 또는 이해하면서 같이 늙어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