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ky of optimists]
<긍정주의자의 하늘>
몇 해 전 현란한 TV 광고 중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카피가 유행처럼 번진 일이 있었다
뒤 따라 각종 매체에서도 각박한 도시를 떠나 자유와 낭만이 충만 할 것 같은 자연과 오지로 떠나라고 주문을 외듯 비슷한 화면 들을 쏟아 내었다.
그 속에서 도시와 자연은 절대공존 할 수 없는 상반된 이미지로 각인되었고, 오히려, 그 속에 속한 나-역시 떠나지 못한다는 절망감과 패배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곧 폭발해 버릴 것 같은 열기로 가득한, 또한 삭막한 도시를 떠날 수 있었을까. 얼마나 충분한 휴식을 느끼고 자유를 맛보았을까? 거기에는 어쩔수 없 는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문명화. 개인주의. 몰 개성화 등으로 대변되는 현대인, 확고한 목표 지향점도 없고 해방구도 모색하기 어려운 그 들에게 과연 휴식이란 무엇일까?
나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우리가 더듬고 있는 근본적인 지점을 찾는데서 나의 작업은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 것은 현대 미술에서 거론되는 거대 담론이나 주류를 따지는 형식상의 논의가 아니라,
미술의 원초적인 힘-즉 그린다는 행위의 즐거움과 상징으로 나타난 이미지들이 갖는 상상력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른한 오후 마당에 아무렇게나 누워 하늘에 마냥 흘러가는 구름을 세어본다.
저건 토끼구름, -저건 양-구름.. 아마도 누구나의 어린 시절, 한 조각 기억으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묘한 흥분과 충분히 느렸을 시간..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은 그 사람의 어린 시절에 모두 있다’고 한
헤르만 헷세의 말처럼 구름을 헤집어 놀던 <어린-나>의 기억은 누구나에게 시간을 누린다는 행복감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어느 날 구름>의 작품 제목에서 느껴지듯 우연히 내 앞에 전개된 구름의 풍경은 단순한 물리적인 풍경으로서의 구름 만이 아닌,
은유되고 다분히 상징화된 이미지들로 나타난다. 한 번쯤 상상해봄직한 수 많은 양 떼 구름 위에 한 마리의 개는 그들과 함께 있고 ,
구름 위 장난감 같은 집 주위엔 사나운 상어 구름 들이 배훼하고 있다.
천진한 아이들 처럼 풍선을 타고 날아다니는 토끼 구름이 등장 하는가 하면, 구름을 마치 암벽을 타듯 힘겹게 오르는 사람의 모습도 함께 등장한다.
이것은 이 구름 풍경들이 단순한 상상의 모습이 아닌 현대 사회를 함께 투영하고 있음을 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안락해 보이는 일상 속에도 무서운 위험이 공존하고, 생각하기에 따라 쉽게도 난해하게도 해석 할 수 있는게 삶이라는 존재 이다.
작업에서 포근하게만 보이던 뭉게 구름이 어느새 높은 파도로 다시 낭 떨어지로 변화하듯 오늘 날 살아가는 우리의 삶도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4. 삶이란 늘 변화 무쌍한 것, 때론 위험과 평화가 공존하는 것-나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다이버가 바닥을 알 수 없는 구름 위에서- 그 아래 바다
가 있기를 희망하고 뛰어 내리듯 삶을 헤쳐 나가는 긍정의 주문을 걸고자 하는 것이다.
삶이주는 달콤함과 고난과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앞으로 달려 갈수 있는 건강한 현대인들이여, 진정한 옵티미스트(optimist-긍정주의자)여 달려라!!
-이흙 작가노트에서 발췌-
사람은 누구나 1013hPa의 엄청난 압력을 지닌 지붕을 하나씩 짊어지고 태어난다.
생의 긴 비행을 끝내고 육신의 껍데기를 벗어 던지지 않는 이상, 그 지붕을 내려놓을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바로 하늘이다!
그 존재에 대한 의식이 매 순간 발행하지는 않으나 한번 인식이 시작되면 엄청나게 많은 의미가 생겨나는 것 중에도 그것이 있다.
이흙은 바로 그 하늘의 의미를 하나하나 꺼내어 정성껏 보여주는 고마운 작가다.
작가의 초기 작업은 연작 중심의 개념작업이었다.
인생의 짐을 덜어내는 방법을 몰랐기에 그 무게를 어렵게 버텨내면서 만들어낸 작품에는 힘이 잔뜩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흙은 당시 '작가'라는 정체성이 공포스러운 올가미가 되어 무척이나 아프고 아리게 조여왔노라고 말한다.
"서른이 넘는 삶은 어릴 적 동화처럼 환상적이지도 않았고, 무서운 괴물과 마녀가 나오지도 않았다. 그리 따뜻하지도 않았고,
그리 감동적이지도 않았으며, 구 석 구석 삶이 주는 퍼석거리는 떫은 맛과 날카로운 가시에 손을 베이고, 베인 손을 동여매야만 했다. (작가 노트 중에서)“
하지만 이토록 고통스럽던 작가의 작업은 눈에 띄게 밝고 맑고 투명해졌다.
그 힘을 우리는 '자연과의 조우'에서 찾을 수 있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들어가 살게 된 숲이 작가의 생채기 난 마음을 치유해 주었으며,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힘을 부여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야 비로소 작가에게 '그린다는 행위'가 평안하고 행복한 일이 될 수 있었다.
자연은 삶의 무게에 눌여 있던 작가에게 생의 욕구와 에너지를 선사했으며,
이렇듯 재생의 시간을 거쳐 온전한 마음을 회복한 이흙이 관찰하기 시작한 대상이 하늘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무관심 속에 가둬둔 그 하늘은 사실 한 순간도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깊은 애정의 눈으로 하늘을 바라본 이 흙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따라서 그녀의 '하늘 그림'에는 똑같은 '하늘 색'이 없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상들을 가장 돋보이게 하고,
그에 꼭 맞는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데 안성맞춤인 '하늘 색'을 찾고자 노력해온 작가의 색채에 대한 탐구는 마치 구도자의 그것처럼 무척 진지하고 신중했다.
그 유일한 '하늘 색'들은 날마다 새로운 비율로 안료를 배합하고, 빛의 세밀한 움직임을 더하는 어렵고도 힘든 작업을 통해 태어날 수 있었다.
아마도 이 흙은 작은 색 점 하나에도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버리는 회화작업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는 듯 보인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속에서 대상들은 주로 구름의 형상으로 나타나며,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로는 개, 상어, 파도, 와불, 풍선 등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하나 같이 흐릿하고 희미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 이유는 그들 모두가 나약하고 지친 존재들로 연민과 측은지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심지어 많은 이들이 경배하는 와 불이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덤비는 상어조차도 그 생의 무게에 버거움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코끼리에 풍선을 잔뜩 달아 하늘을 날게 한 이유도 동물원에서 아이들과 바라본 그 생명체에 안타까움과 서러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 흙만의 따뜻한 시선은 풍부한 감성과 깊은 모성애가 기저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는 특히 그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개'의 모티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작가의 기억에서 개는 언제나 늙고 병든 모습으로 남아있는데, 그것은 과거 절망의 시간에 함몰되어 있던 자신의 자아상과도 일치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엾고 불우한 존재로 각인되어 있던 개는 작품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달음박질하는 힘찬 존재로 탈바꿈되어 재현되었다.
<Dog on the huddle>에서도 보이듯, 허들 위에 올라앉은 개는 위험하다기보다는 희망찬 세계로 날아오르려는 것처럼 힘차고 당당해 보인다.
이것이 바로 이번 전시의 주제가 'Run - Run!!'인 이유다. 작가는 지친 우리에게 밝은 내일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라고 주문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흙이 또한 이번 전시에서 강조하는 것은 '해석의 다양성'이다.
작가가 부여한 단 하나만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Popcorn &Dog &Bomb>에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이라는
국가의 잔혹성이 팝콘으로 대변되는 저속한 상업주의와 어우러져 표현돼 있다고 볼 수도 있고,
팝콘처럼 고슬고슬한 눈이 내릴 때 마냥 즐거워하는 천진난만한 개와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폭탄의 역설적 조화를 발견해낼 수도 있다.
이 처럼 작품 앞에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것은 감상의 쾌를 증대시킨다.
진정한 옵티미스트, 이 흙은 작품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기 원한다.
자신의 삶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뀌어가는 경험을 했기에 더욱 그러한 염원이 강한 것이다.
구름 뒤에 언제나 푸른 하늘이 숨어있듯, 절망 뒤에는 언제나 희망이 머무른다.
그녀의 작품에서 퍼져 나오는 축복의 음성에 귀 기울인다면,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그토 록 갈망하던 그 세상으로 조금 더 다가가게 되지는 않을까.
부디 당신, 그 찬란한 미래와 조우하기를. 브라보!
<RUN RUN !!> 큐레이터 김지혜
-1회 개인전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