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람이 심하게 불던 그날 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무렵 나는 뒤늦게 시작한 그림공부와 곧 있을 전시준비에 한참 여념이 없었다.
거진 몇달 애써 슬픔을 삼키며 밤늦게까지 작업을 했는데 몸도 마음도 추운 겨울에 혼자 갇혀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나날속에서도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들이 있었다.
세찬 겨울바람에도 변치않은 모습으로 곧게 서있는 대나무와 겨울나무들 그리고 캄캄한 겨울밤 서둘러 핀 한송이 목련꽃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이 겨울이 흐르고 흘러 곧 봄이 오리란 기대에 설렜다. 삶에 어찌 겨울만 있을까?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여름, 가을 그리고 또 겨울이 온다. 이렇듯 삶은 돌고 돌아 흐른다.
그때의 나처럼 각자의 겨울에 갇혀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봄이 오리란 희망을 보여주고 싶어
내가 본 희망과 느낀 것들을 상상하여 한국화 채색화 기법 위주로 그려보았다. 봄을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