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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이동준
Lee Dong june
"누구의 것도 될 수 있는 손은 자유로이 상상하고 이입할 수 있는 대상으로 작용한다."
작가노트
상상정원(Imaginary Garden)

상상정원은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돌아가느냐는 질문과 맞닿아있다.
많은 신화가 인간은 흙으로 창조되었다고 말하며 우리는 흔히 사람이 흙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고 한다.
결국 흙에서 나고 흙으로 돌아간다는 공통점이 우리와 자연에 있으며 그 모두가 함께 공존해있는 공간이 바로 정원이다.
나의 상상으로 그려가며 가꾼 이 정원에는 평생 화훼 육종과 재배에 종사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꽃들이 만발해 있고, 이에 이끌려 날아온 나비들이 가득하다.

더하여 그림에는 신체 중에서 손이 주로 등장한다.
가장 먼저 눈을 통해 대상을 시각으로 인식한다면, 실질적으로 온전히 느끼는 촉각은 일반적으로 손이 그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저 바라만 봤다면 어쩌면 극히 일부만을 제한적으로 알았을, 
예상에 그치던 대상은 손에 닿음으로써 보는 이에게로 와 실체적인 경험으로 체화된다.

따라서 작품에서 무언가를 하는—대부분은 꽃을 주고받거나, 안아주고 안기는 역할을 손이 해주게 된다.
손은 대게 불특정 다수의 색을 섞어 칠하거나 풍경으로 채워 넣어 특정한 누군가의 것이 아니도록 했다.
그 누구의 것도 될 수 있는 손은 자유로이 상상하고 이입할 수 있는 대상으로 작용한다.
이로써 그 행위를 경험했을 때 따라오는 감정들을 더욱 폭넓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림을 보는 이들이 스스로가 겪었던—애정하는 누군가와 선물을 주고받거나
혹은 사랑하는 이를 안아줄 때, 반대로 그에게 포근히 안겼을 때와 같은 상황들을 떠올리며
그때만의 감정들을 함께 불러일으킬 수 있으면 한다.

Ⅰ. 꽃선물

어린 시절, 꽃은 나에게 낭만의 대상이기보다 재화에 가까웠다.
거기엔 원예업에 종사해온 어머니의 영향이 무척 컸다. 자연스레 우리 집 여자에게는 꽃을 선물하는 재미가 없었다.
어버이날 고심해 골라 간 카네이션을 받아들고선, 가격을 물어보고는 원가를 계산해보기 일쑤였으니까.
이내 시들어버리고 말 꽃의 뒤처리에 더 난색을 보인다는 느낌으로 상황은 마무리됐다.
가끔 서프라이즈로 준비해 간 몇 번의 꽃선물은 그렇게 김빠진 탄산만도 못하게 느껴졌다.
아니, 달콤함마저 없었으니 되레 그보다 덜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러나 기특하게도 꿋꿋이 나의 연애에 꽃은 절대 빠지지 않는 요소로 자리해왔다.
언젠가 사랑했던 여자에게 주려고 하나둘 골라 모은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걸어가던 기억이 선명하다.
곧잘 타인의 시선들이 제법 다가와 꽂혔고 부담스럽게 불편하기 마련이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생각했었다. 그녀는 알까? 꽃을 다 고르고 뻘쭘히 포장을 기다리며 정처 없이 애꿎은 원만 그리던 발꿈치를. 
길가에서 마주친 생면부지 누군가의 곁눈질 한 번에도 온 신경을 몰아세우는 내가
이리도 꿋꿋이 그것들과 맞서 싸워가며 달려온 전투의 상흔을.
어느샌가― 기억을 더듬을 필요도 없이, 보상과 치유를 갈망하던 욕심은 그녀 얼굴에 피었던 함박웃음꽃으로 단박에 과분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럼 그때 아― 하고 다시금 깨달았었던 거다.
꽃을 선물하는 행위가 나에게 이토록 거대한 함축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시들지 않는 꽃을 선물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생화生化와 조화造花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꽃은 결국 그림 속에 피어났다.
무엇보다 꽃을 쥐거나 안는 손들에 집중했다. 손만을 등장시켜 인종, 나이, 그리고 성별 등 특정 조건을 배제했다.
느낌에 따라 손은 꽃을 선물하기도 받기도 하며 꽃선물이라는 행동에서 파생되는 함의에 걸맞은 감정을 부른다.

Ⅱ. 자연 그대로의 모습—나비 넥타이, 나비 머리핀, 꽃소매, 꽃가위

뭇 사람들은 흔히 곤충을 아름다움과 연결하지 않지만, 나비에게만큼은 주로 호감을 느낀다.
같은 과科에 속한 다른 것들에 비해 꽤 긍정적인 차별을 받는 것이다.
모기나 파리는 물론, 극도의 혐오를 한 몸에 받는 바퀴벌레 외에 수많은 곤충이 억울할 법도 하다.
이를테면 나비는 홀로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역으로 혼자 예쁜 백조 아이랄까. 나비에게 보내는 칭송에 비해
그를 세세하게 관찰해본 경험은 흥미롭게도 현저히 드문데, 나 역시 그랬다.
우연히 일본의 한 박물관에서 맞닥뜨린 나비 장식품전은 그 희귀한 경험을 제공해주었다.
전시는 종류와 크기 모두 천차만별인 나비들을 한 장식장에 적게는 두어 마리에서 많게는 수십 마리까지 보여주었다.
가까이서 본 나비는 날개를 제외하곤 대체로 예쁨 받기엔 거리가 먼 곤충이었다.
나비를 마냥 심미적인 것으로 보던 발상이 전환되는 순간이었고, 신선했다.
나비는 나에게 재미있는 소재로 다가왔다.
모든 상상은 원형을 전복시킴으로써 그 흥미가 배가 되듯 역으로 자연을 모방한 인공품의 자리에 
자연이 본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다면 어떨까? 라는 재미있는 질문을 던졌다.
나비넥타이, 나비 모양 머리핀 등이 그 대상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건축가 가우디가 그러했듯 주위 사물 속에서 자연의 형태를 상상할 수 있는 발견을 찾았다. 
꽃가위, 꽃소매 시리즈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꽃잎의 모양을 본떠 만든 셔츠의 소매 자리에 꽃잎을 그대로 두었고,
교차하는 가위의 모양에서 꽃송이의 모양을 떠올려 그려 넣었다.
단순히 자연에서 실용성이나 심미성만을 따오려 하지 않은 상상은 그 자체로도 즐거웠다.
약력
1991년생
국민대학교 졸업

개인전

2021. 06. 28 ~ 07. 05 개인전 <상상정원(Imaginary Garden)> / 갤러리 마롱 (서울)
       
소장

맞춤남성정장점 루카무제오(LUCAMUSEO)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9길 10 2층, 총 3점 대여
와인바 메종보탄(MAISON BOTAN) ―서울 강남구 도곡로8길 8 2층, 총 3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