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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이세화

Lee Se Hwa

"단색화: 작품의 미학. 침묵. 말없음표"

작가노트

이 예상치 못한 불안정한 시기에 나는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좋은 것’들을 소환하고자 한다. 소위 행운, 행복, 모든 선한 것들의 정수를 포착해, 우리를 두르고 있는 사물과 사건 위에 안착시키는 작업. 현상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살’ 개념을 원용해서 얘기하자면 새로운 살을 덧씌우는 작업이다. 이 새로운 살을 통해 이시대와 새롭게 상호 작용하길 의도한다.

시리즈로 작업해 나가고 있는 근작의 타이틀을 ‘포르투나(Fortuna)’라고 이름붙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행운과 운명의 여신. 다만 나의 포르투나는 자본주의적 행복 너머의, 오히려 우리들 사이사이에 유영하듯 존재하는 행운이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포착하고 낚아채는 자에게 누설되어지는, 말하자면 ‘눈을 뜬’ 여신이다. 이것은 성선설로의 개종을 뜻하거나 신기루 같은 동화적 희망고문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상대와 오늘도 싸워보리라, 짧은 한숨과 함께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내뱉는 처절한 다짐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예술은 감추어져 있는 것을 드러내곤 했다. 폭로 수준인 경우도 많았다. 금리가 20%에 육박하고 모든 사물이 총천연색으로 물들어 있던, 흙먼지마저도 거리낌없이 들이마시던 호시절에 예술은 인간과 사회의 꺼풀을 한 장 한 장 벗겨내는 작업을 했다. 우리의 내면은 환상적인 ‘칼라 테레비’의 색깔이 아니라 잿빛으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을 때로는 기분을 봐가며 때로는 폭력적으로 드러냈었다.

오늘을 본다. 이제 우리의 심성은 우리를 두르고 있는 낮은 자리의 숫자들만큼 암울하다. 몇 년째 마스크 속에만 머물러 있는 우리의 호흡은 또 어떤가. 호시절에 내면 깊숙이 감추어져 있던 잿빛이 어느새 표피를 뚫고 나와 사회 전반에 전면화해 있다.

이 예상치 못한 불안정한 시기에 나는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좋은 것’들을 소환하고자 한다. 소위 행운, 행복, 모든 선한 것들의 정수를 포착해, 우리를 두르고 있는 사물과 사건 위에 안착시키는 작업. 현상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살’ 개념을 원용해서 얘기하자면 새로운 살을 덧씌우는 작업이다.

이 새로운 살을 통해 이 시대와 새롭게 상호 작용하며 서로 스며들길 의도한다.

시리즈로 작업해 나가고 있는 근작의 타이틀을 ‘포르투나(Fortuna)’라고 이름 붙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행운과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 다만 나의 포르투나는 자본주의적 행복 너머의, 오히려 우리들 사이사이에 유영하듯 존재하는 행운이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포착하고 낚아채는 자에게 누설되어지는, 말하자면 ‘눈을 뜬’ 여신이다.

이것은 성선설로의 개종을 뜻하거나 신기루 같은 동화적 희망고문이 아니다. 마스크 속 얕은 한숨과 수시로 변하는 방역 단계 사이

어디쯤에, 우리 모두 주먹을 그러쥐며 살아가고 있는 뉴노멀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약력

부산여자대학(현. 신라대) 의류학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1 초대개인전 <Quotidian>, 유나이티드갤러리, 서울

2020 개인전 <Exotica>, 심세정, 김포

2020 개인전 <Fortuna Fortuna>, GET201, 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