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체크’ 형식이다. 오랜 세월의 전통을 지닌 섬유 디자인 형식 중 하나이며 우리에겐 다양한 방식으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무늬이다. ‘왜 체크를 그릴까?’라는 궁금증을 품을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삶을 ‘회화’라는 것을 통해 무언가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진과 영상이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모습들을 담아낸다고 생각하기에, ‘재현’이라는 방법 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추상이자 기하학적인 도형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었고 그 안에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고 의미하는 것들이 내포되어 있었다. 이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단순화 하면 점,선,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조형요소 만으로도 삶의 본질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신조형주의> 작가들의 탐구과정에서 영감을 크게 받기 시작했고, 현대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체크’가 단순한 섬유 패턴을 넘어서 캔버스 속으로 표현 될 때, 화면 내에서 수직과 수평으로 동등하게 대적함으로써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정지 상태’, ‘질서’, ‘삶’ 등의 개인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여러 자문들을 통해서 ‘ 내가 바라봐왔던 ‘체크 패턴’이 삶을 담아내기도 본질을 나타낼 수도 있는 형식이 될 수도 있겠다’ 고 생각하였다. 물음에서 출발하여 구조와 구도들을 재조합하고 상징하는 바를 나의 방식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구도란 화면 안에서 요소들의 배열을 의미한다고 할때 시각적, 공간적인 요소들. 즉 조형의 요소(통일,균형,리듬,강조,변화,대비,대칭,반복,점)들이 어우러져 공간표현에서 조형적 질서의 아름다움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가까이서 본 ‘체크’의 형태들은 가시적인 선들의 조화와 조형요소들의 미학 그리고 삶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의미들의 혼합체와 같아 보였다. 선이라는 요소의 조화를 통해서 의미들을 찾아 나갔다.
실물의 ‘체크패턴’을 보면 한 땀의 실이 옭아메여 있는 점의 형태보다도 선의 가시성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선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의문점이 생겼고, 선들이 가지는 의미들을 찾던 중 물리학에서의 개념이 와닿았다.
선은 물리학에서 점이 움직인 것에 대한 기록이고, 인간이 세상을 지각하는 방식이다. 곧 선이라는 것은 운동이자 시각화 된 것이며 시간성을 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찾고자 하던 본질과 의미들을 ‘체크’라는 것에서 찾을 수 있기 시작한 것이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점,선,면 이고, 그러한 요소들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고 지각한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 또한 선을 그어 나간다는 것으로써 우리의 삶의 의미를 찾아 갈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기록을 담아내는 것이다. 체크 자체의 형식만을 담아내기 보다는 기하학적인 형태들이 응집되어 있는 집합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에게 체크란 추상적인 개념들을 담아낸 기록이자 기하학적인 형식인 것이다. 작품을 통해 삶의 답을 내리거나 결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기하학의 조화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제시해주고 나 또한 그 의미와 본질들을 찾아나가는 것에 대한 기록들을 담아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