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나는 눈앞에 무언가 떠다니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반짝이는 조명의 빛 같기도 하고 날벌레들이 눈 위를 기어 다니는 것 같기도 하며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이 눈앞에 아른거리면서 익숙한 것조차 낯설게 느껴지게끔 한다. 또한, 내 가 보는 풍경들 위에 잔상이 되어 남아있기도 하고 언제 있었느냐는 듯 모습을 감춘다. 그것들의 형태는 정형화되어있지 않고 자유로운 형상을 띄고 있다. 물론 색도 무지개와 같이 가지각색이다.
가느다란 붓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풍경에 덧입히면서 작업 안에서 억세지 않은 구불거리는 유연한 선과 점으로 표현하는데 어떤 것의 형체를 드러내기도 하고 여러 번 중첩하고 쌓으면서 모호하게 숨기기도 한다. 공간이나 대상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선이나 점들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들 자체에 초점을 맞춰가며 표현하는데 자연스레 어떤 대상의 모습은 점차 희미해지고 무엇인지 알 수 없게끔 변해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형상들이 사라지고 쪼개지기도 하며 다시 합쳐지고 생겨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가가 느끼는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경험하게끔 하며 그의 시선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