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정보

이용안내

검색

검색

최근 본 아이템

ARTIST
강가연
Kang Ga Yeon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지만 존재하지 않는 ‘없는 풍경’ 그리고 ‘없는풍경’을 구성하는 ‘’traces‘
작가노트
자연환경의 위기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오늘날, 심각한 생명 위기의 문제는 자연 생태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인류 사회와 공동체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활동은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기후변화는 인류가 항상 필요로 하는 것을 고갈되어가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의 활동에 대한 문제와 자연, 그리고 그들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논의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저는 작업으로 ‘자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중에서도 자연의 다변성(多變性)에 주목하였습니다.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 능동적으로 차이를 생성하고 지속하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여 어느 한 시점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존재입니다. 저는 자연이 일종의 보이지 않는 에너지인 도(道)를 시각화하여 인간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하며 나아가 자연의 가시화 된 모습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 의식이 확장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는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자연의 다변적 생성은 자연 속의 살아있는 생명체가 스스로 약동하는 운동성이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잠재적 에너지입니다.
이처럼 자연은 끊임없는 생성에 의해 지속적인 변화를 거듭하며 창조적 진화와 소멸의 과정을 거칩니다. 자연의 생명체는 그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약동하는 에너지에 의해 지속되는데, 이것은 모든 생명체를 생동하게 하는 근원적 요소이며 생명의 활동성이고 삶의 원동력인 에너지입니다. 이 에너지는 자연의 본질이며 자연적 특성이나 현상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연은 내재된 약동하는 에너지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의식의 확장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입니다. 생동하는 자연은 고정되어있는 형태처럼 보이지만, 운동 속에서 잠재적인 것이 무수히 생성되고 실현되기에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연에 잠재되어 있는 생명의 활동성인 다변성은 항상 모든 것의 주변의 삶에 침투되어 있으나, 현실 속의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주목하는 것에 익숙해져 그 내면적 실체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저는 다변하는 자연의 중요성과 그러한 자연과의 공존의 필요성에 대한 내용을 작업적으로 제시합니다. 작업은 ‘없는 풍경’과 ‘traces’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업의 긴 과정에서 ‘traces’(흔적들)가 먼저 만들어집니다. 이후 ‘흔적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그 때 쌓인 ‘흔적들’을 재구성하여 ‘없는 풍경’이 만들어지는 프로세스로 진행됩니다. ‘traces’를 제작할 때 소재로 쓰여지는 자연물은 실제로 저의 감정에 혹은 직관에 흔적을 남기는 자연의 모습을 수집한 것입니다. 그 자연의 모습은 집 앞에 자라난 쉽게 지나칠 법한 작은 풀의 모습이기도 하고, 여행 중에 느꼈던 기억하고 싶은 어떤 순간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흔적들은 각각의 작품으로 배출됩니다.
이 흔적의 기억들이 각각의 작업으로 쌓이고 또 쌓이게 되면, ‘없는 풍경’으로 재탄생합니다. 없는 풍경은 흔적의 조각들의 재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제 작업에서의 풍경은 실제로 온전히 존재하는 모습이 아닌 흔적들의 재구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없는 풍경’ 시리즈의 가제는 ‘미래에서 본 2020 자연풍경 예상도’였습니다. 작업에서 보이는 풍경은 현실에 온전히 존재하는 풍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사료로 남겨질만한 알려진 명소나 관광지 따위가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거나 혹은 방치되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풍경(흔적들)의 임의적인 짜깁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상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중심 모아진 자연풍경이 아니라 특정 의미를 내포하지 않은 흩뿌려진 자연의 모습을 패스티시 하는 것입니다. 이 ‘없는 풍경’시리즈를 통해 자연과 공존하려는 노력 없이는 먼 미래 혹은 가까운 미래에는 사료로 남아있지 않은 흔한 주변의 자연풍경이나 방치된 야생의 모습을 한 자연은 예상도로 밖에 추측할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작품에 보이는 모습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모른 채로 말이죠.
모든 사물과 생명체는 서로가 공존하고 있는 관계를 맺고 있을 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가 있으며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 보일 수가 있습니다. 인간이나 동물, 식물과 같은 생명체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나 주위의 생명체들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세계와 맺고 있는 여러 관계를 통해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만물은 항상 공존함으로써 유지됩니다.
이 공존은 자연이 역사를 지속해오는 동안 모든 것이 서로 상관적 유대의 관계를 만든 가운데서 얻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았을 때 인간도 자신 안에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자연과 공존함으로서 의식을 확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저는 작업에 부조, 재구성 그리고 자연적 안료의 사용을 주된 표현기법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석고 페이스트를 어교와 특수하게 혼합하여 화면 위에 드로잉하듯이 마띠에르를 내는 저부조기법을 사용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화면에서 촉지적 시각을 느낄 수 있게 작업합니다. 자연풍경을 작업으로 옮긴다는 면에서 이는 기존에 산수를 표현하는 조형언어인 준법을 따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석의 주름을 표현하는 점에서 기존의 준법을 적용하였다면, 자연의 모습과 작가의 개성에 따라 그 표현법이 달라진다는 측면에서 부조기법을 이용한 저의 준법 사용은 준법의 현대적이고 해체적인 변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 제가 작업에 사용한 도구들은 일반적으로 작업의 영역에서 쓰이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대상으로서 영토화되어 있던 혹은 의미 지어진 상태를 벗어나서 쓰이지 않던 영역으로 탈영토, 탈주한 것입니다. 이처럼 전통 산수화의 조형언어로서의 준법만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개념 위에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고자하는 해체적이고 현대적인 변용 표현의 준법 활용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제 작업에서의 풍경은 대부분 실제로 온전히 존재하는 모습이 아닌 풍경들의 재구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특정 자연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경험하고 감각적으로 다가온 영역의 부분들을 모아 ‘풍경 짜깁기’를 합니다.
이때 특정 부분이 감각적으로 느껴진 이유는 대상을 원래 존재하는 일상적 모습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을 통해 순간 '물아일체(物我一體)' 혹은 ‘풍경-되기’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순간적으로 내면화 된 특정 풍경은 저에게 일상과 다른 감각의 경험을 제공하죠. 원래 존재하던 풍경의 모습이 원본(original)이라면, 특정 부분은 제가 작업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원본성이 해체됩니다. 원본성을 잃은 풍경의 조각들을 모아서 재구성 하는 것입니다. 재구성 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풍경의 모습은 새로운 생성입니다.
풍경의 재구성은 단순한 모방으로서의 재현이 아니라 원본의 해체와 재구성이며, 이렇게 나타난 재구성의 결과물인 작품은 예술적 창조라고 볼 수 있겠죠. 제가 추구하는 예술은 이러한 방향입니다. 마지막으로 작업에 사용되는 안료들은 자연적 안료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채색은 주로 두 가지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동박(銅箔,copper leaf)을 부식시켜 얻는 색조의 사용과 흙, 나뭇재 등을 채색 안료와 조합하여 사용하는 것입니다. 동박을 부식시키면 푸른색부터 옅은 민트색이 됩니다. 부식 당시의 환경을 조성하여 원하는 색으로 부식한 후 특수 처리하여 더 이상 부식되지 않게 색을 고정시키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부식은 일반적으로 진행을 막아야하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이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부식은 색을 얻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단계로, 긍정적인 뉘앙스로 전환됩니다.
이는 무언가를 순간의 상태에서 고정시킨 채로 여기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동하는 순환적 사고를 표방하는 저의 가치관과도 연결됩니다. 다른 자연적 안료의 사용으로는 돌에서 채취한 석채를 사용하는 점이라든지, 다양한 종류의 정제된 흙, 소나무, 참나무 등을 태우고 남은 것을 정제한 재 등을 한국화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채색 안료와 특정 비율로 섞는 방법을 통해 조색한 것으로 채색하는 것이 있습니다. 흙이나 나뭇재를 기존 안료와 섞어서 조색하였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전반적으로 모든 이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녹회색조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지만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있기에 매우 익숙해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인류가 나아갈 방향은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과 자연과의 공존을 향해야 합니다.
자연과의 공존에 대한 문제는 더 이상 추상적으로 남아있지 않으며, 모든 곳에서 각기 다른 측면으로 구체화 되고 있습니다.
저는 예술의 장르에서 작품을 매개로 하여 자연의 중요성과 공존에 대한 실천적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제가 작업으로써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중심이나 자연중심 중 어느 한 쪽의 입장에서 현실 혹은 미래의 상황을 바라보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논해보자는 일종의 제시입니다. 저는 예술가의 위치에서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대해 논하기 위해 ‘대상으로서의 예술’이 아닌 ‘생성적 예술’의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관람자 또한 감상하는 행위를 통한 작품의 참여자로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연과의 교류에 대한 생각이 갈래 없이 마구잡이로 뻗어나가게 된다면 모두 공존을 향한 행보에 한 발자국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약력
2022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한국화전공 박사 졸업
2018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한국화전공 석사 졸업
2016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학사 졸업


개인전

2023 없는 풍경 / 갤러리 로, 경기 (초대전)
2023 없는 풍경 / 갤러리 라메르, 서울 (신진작가 창작지원 공모 당선전)
2022 없는 풍경 / 갤러리 이즈, 서울
2019 The Fluidity of Water / 세종갤러리, 서울 (초대전)
2018 The Fluidity of Water / 인사아트스페이스, 서울
       
그룹전

2023 WITHOUT LANDSCAPE 3인 기획전 / Space Supernormal, 서울
2023 갤러리 동국 교수 전시회 / 동국갤러리, 서울
2023 또 다른 그린 / 광주 신세계갤러리, 광주
2023 SESSION 01 / Galeria Azur Berlin, Germany
2023 아트로 미래로 전 / 갤러리 로, 경기
2022 인천아시아아트쇼 영아티스트 / 송도컨벤시아, 인천
2022 Nature Collection ; 수집된 자연(2인전) / Artspace KC, 서울
2022 식물공감植物共感: 자연을 들이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 경기
2020 제 3회 제로지점 전 / Instagram
2019 제 2회 제로지점 전 / 인사아트갤러리, 서울
2018 ARTMINING SEOUL / DDP, 서울
2018 청년작가 지향志向전 / 전등사, 인천
2018 제 1회 제로지점 전 / 인사아트갤러리, 서울
2018 MENTOR-MENTEE전 / 한원미술관, 서울
2017 제 8회 서울모던아트쇼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7 후소회 전 / 조선일보미술관, 서울
2016 아트비상기획초대전 /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2016 갤러리써포먼트 기획초대전 <3人3色; 비단에물들다> / 갤러리써포먼트, 서울
2016 2016신진작가공모전 <쓱 보러와요> / 불일미술관, 서울
2016 후소회 창립 80년 <중흥-한국화2016>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6 우수졸업작품전 /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2015 동국대학교 한국화전공 졸업작품전 <美,妙,味> / 동국갤러리, 서울
2015 광복 70주년 기념전시회 기획 특별전 <201_5감도>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기타

월간미술 2022 07월호 UP-AND-COMING-ARTIST 선정

작가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