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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박건우
Park Keon woo
"공간의 초상을 그리는 작가"
작가노트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공간이 있는지 물었다. 공간을 자주 그리니까 좋아하는 공간이 따로 있을거 같다며, 
그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나에게 공간은 그 공간에 머물러 있던 사람 그 자체이다. 공간을 그리는 것은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누군가 떠난 자리를 내가 좋아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



2019
프라하는 유난히 채도가 높았다.
공연 리허설을 두어 번 진행하고 잠깐의 휴식시간이 있었다. 공연 장소 옆 작은 공원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짧은 여유를 즐겼다.
잔디 냄새는 싱그럽고, 얇은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 때면 햇살이 나뭇잎 사이를 뚫고 어깨 위로 쏟아졌다. 반으로 잘려있는 두꺼운 와플 위엔 한손 가득 쥔듯한 양의 루콜라와 리코타 치즈가 올라가고 약간의 꿀과 발사믹이 뿌려져 있었다. 그때 비로소 프라하에 왔다는 실감을 하게 되었다.



2022
어긋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뼈는 부러지고 다시 붙었을 때 더 견고해진다고 하지만, 어긋난 것은 다시 온전한 모습을 찾기 어려운 것 같다.

차가운 각성
충분히 무뎌지다

사적인 이별
어떤 것들은 나의 의지로 택했지만, 어떤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며 모든걸 걸고라도 멈추고 싶은 것이었다.



2023
눈이 오고 난 후 풍경은 고요하다. 그 풍경을 바라보면 지금의 걱정들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44-45p)

눈이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눈이 조심스럽게 남아있는 모래와 대조된 검은 나무

숲에서 보았다. 나무와 어둠이 합쳐지는 것을

저 나무는 누군가의 집이겠다. 저 작고 위태로워 보이는 둥지가 누군가에겐 안락한 보금자리 일까

창문을 통해 과거를 바라본다.
창문을 통해 나를 바라본다.



2022
최근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이 늘어간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님 아직 어딘가 가고 있을까, 그곳은 어떤곳일까, 텅 빈 바다나 들판같은 곳일까, 그런 곳에 있으면 외롭지 않을까. 그곳이 마냥 쓸쓸한 공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2022
하늘에 어둠이 내리고 달도 구름에 가려 노란 가로등과 건물 창문의 밫만으로 천천히 걷던 그 동네를 기억한다.
왜인지 건물이 섬뜩하게 말을 거는 듯 했던, 그중 유난히 밝고 따뜻한 주황색 빛을 가진 창문, 그 창문의 온도 때문에 건물은 짙은 녹색처럼 보였다.

어두운 밤 건물에 들어온 불빛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느껴진다.



2021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버려진 건물의 모습을 보았다. 그 건물은 쓸쓸해 보이면서도 새로운 평화를 얻은 듯 자연스러웠다.



2019
옥상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매일 다니던 우리 집 아파트에서 옥상은 다른 공간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옥상으로 향하는 햇빛이 그 공간을 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했다. 밑에서 바라보는 옥상은 새로운 도피쳐 같았다.

충분히 무뎌지다.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

오랫동안 혼자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함

덧없는 기다림



2023
젖은 모래가 발가락 사이를 어루만졌다.
바다는 반갑게 날 맞아주었다. 겨울이라 다소 매섭게 불던 바람도 그리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바다는 아주 멀리서 천천히 나를 쓸어가고 있었다.

밤의 바다는 어둡고 깊다. 거대하고 견고한 벽처럼 느껴졌다. 검은 바다 때문에 파도는 더욱 하얗게 빛났다. 내가 왜 물을 무서워하는지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마지막에는 꿈에서 깨어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물처럼 반짝거리고 유연하다.


공간을 그리게 되면 그때와 또 다른 공간이 된다. 공간을 계속해서 찾게된다. 누군가를 계속해서 기억하고 기다리기 위해
약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과


개인전

2023 뮤지컬 <더 템페스트> 소품디자인
2023 <덧없는 기다림> 개인전
       
그룹전

2018 <나의 바다> 단체전
2017 <근데 그런 거 아니라도 상관없을 것 같아> 단체전

기타

2022 연극 <그럼에도 무너지고 불구하고 다시쌓을> 무대 디자인
2021 연극 <사라져 사라지지마> 무대 디자인
2021 연극 <수봉산방> 그림 전시
2019 연극<아무튼 살아남기> 무대 디자인
2019 <2019 Prague Quadrennial> 퍼포먼스

작가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