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을 하면서 느낀 것은 행복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거였다.
내 그림을 본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밝아져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늘 집에만 갇혀 지내는 내게 그림은 일종의 탈출구이자 내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상상의 감정들이다.
학위논문인 <낙서적 경향을 통해본 내면표현 연구>라는 제목처럼 오랫동안 나는 소위 못 그린 그림들에 매료돼 있었다.
뒤뷔페의 아동화적 요소나 아웃사이더 아트, 독일 신표현주의, 이태리 트랜스 아방가르드, 미국의 배드페인팅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동화나 미술적 학습이 안 된 이들에게서 나오는 날것의 감정들, 순수함, 계산되지 않은 천진난만함, 미완성, 불완전함 이런 것들이 나의 그림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내가 지향하는 점은 못 그린 그림의 완숙함이다.
아이들의 선과 색채를 보면 놀랄 만큼 자연스럽고 에너지가 넘치고, 신선하다. 똑같이 그리려 하지도 않고 완성에의 집착도 없다.
낙서 같은 선들, 자유분방한 색칠, 넘치는 에너지를 그림에 담고 싶다. 잘 그리기 보다는 재밌는 세계를 담고 싶다.
나는 예술가지만, 병을 앓는다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이런 내가 예술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나를 치료하면서 내 그림을 보는 그 누군가에게 행복한 감정을 전하는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행복한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면, 보는 사람도 즐겁지 않을까... 그런 생각말이다.
이런 생각으로 요즘은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답다고 억지로 나를 설득하려던 작업이 이제는 정말 행복해졌으면 하는 소망의 작업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 그런지 아이들의 세계는 왠지 행복해 보인다. 어린 시절에는 아주 사소한 것들에 행복해 하고 즐거웠다.
아이들이나 좋아할법한 핑크와 노랑을 쓰면 기분이 좋아진다.
핑크와 노랑의 세계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뛰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 같기도 하고 꿈속의 세계 같기도 한 그 모습이 행복함으로 다가가 소통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