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좋아하던 꽃은 아니었던 양귀비.
하늘하늘한 꽃잎과는 다르게 수많은 잔털들로 뒤덮은 꽃봉오리와 줄기가 부조화스럽지만
한 이미지에 공존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의 작품은 양귀비꽃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거칠며 다소 징그럽다고 느낄 수 있는 털과, 그것이 감싸고 있는 얇고 가녀린 몸체의 양면적인 모습이 꽃은 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처음으로 거부감이 들었던 꽃이었다. 볼수록 잔털이 부드럽고 조화로우며 얇게 감싸있지만 꽃이 보호받는 느낌을 느끼게 되며 양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양면적인 모습 그대로도 매력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졌다.
꽃이라고 해서 모두 예쁘고 아름답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면 그것도 그 만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양귀비는 겉과 속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