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양팔에 인형을 안고 잠든골 하던 기억은 아직도 아련히 떠오른다.
누구나 한번쯤은 어린 시절 집착하고 아끼던 인형에 대한 추억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어린 시절 인형이라는 존재는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도 되고 엄마도 되었다가 아기도 되고.. 나의 상상력을 무한하게 펼칠 수 있는 소중한 존재였다.
어린 시절, 알 수 없는 불안감, 두려움에 휩싸였을 때 가슴팍에 꼭 안고 있던 보드랍고 폭신폭신한 촉감의 곰인형은 나에게 편안한 안도감을 주었다.
엄마와 처음으로 떨어져서 혼자 방에서 자게 된 날 분리 불안감과 외로움, 여름 속의 공포에 떨고 있는 나를 귀여운 곰인형과 토끼인형이 곁에서 든든하고 포근히 지켜주었다.
이러한 행복한 기억들 때문인지 어른이 된 지금도 인형을 보면 가슴에 꼭 껴안고 그 편안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인형을 안고 서로 교감하면서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행복한 에너지를 전달받는다.
어릴 때에는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슈퍼맨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두려움, 외로움, 공포심 같은 감정은 어른이 되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난 겉으로는 어른인 척, 무섭지 않은 척, 강한 척, 하는 것일 뿐 나의 내면 깊은 곳에는 아직도 어린 아이와 같은 연약한 마음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느끼곤한다.
다만 그렇지 않은 척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도 어린아이였을 때처럼, 여전히 나는 두렵고 외롭고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곤 한다.
인간에게 외로움이란 아마도 평생 가지고 가야하는 감정이 아닐까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의 인형들이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나와 같은 외로움을 느낀다.
그들은 나에게 말을 걸고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들은 삶 속에서 상처받고 외로운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치유해준다.
인형은 나에게는 살아숨쉬는 생명을 가진 존재이다.